거실 풍경
아내가 TV를 볼 때 나는 소파 옆 귀퉁이에 놓인 작은 책상에서 책을 보거나 PC를 쓴다. 아내와 나는 서로 반대 방향의 벽을 향하지만 누구든 30도만 고개를 돌려도 얼굴을 마주하는 위치다.
나는 종종 TV 소리에 주의를 빼앗겨 “뭐야, 앞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묻는다. 때론 “OO 하게 되겠군!”이라며 용감하게 다음 회를 예고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봤자 뒤통수로 본 드라마의 내용을 내가 뭘 얼마나 알겠는가. 그런데 아내는 종종 내게 동의를 구한다. “쟤는 아직 연기를 제대로 못 해. 그지?” 심지어는 “저게 무슨 말이야?”라며 내 뒤통수에게 묻기도 한다.
가끔 흥미로우면 의자를 돌려 함께 보거나 소파에 앉아 편하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가 TV로 유튜브를 볼 때 나는 거의 소파에 앉지 않는다. 나라면 공동의 관심사를 고려해서 볼거리를 선택할 텐데, 거실은 아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아내는 남편이 저거 좀 보자고 사정해도 꿋꿋하게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래도 가끔 아내가 점령한 소파에 앉는 경우는 주전부리할 때다. 나눠 먹을 수도 있고 소파 테이블도 필요해서다. 어제 저녁엔 식탁에 있던 군고구마 그릇을 들고 소파로 갔다. 아내가 소파 첫째 시트와 둘째 시트 사이에 앉아 있었고, 셋째 시트로 가려면 테이블을 밀쳐야 한다. 작은 귀찮음도 피하는 나답게 첫째 시트에 슬쩍 엉덩이를 들이밀었더니 아내가 째려본다. 이럴 때는 유들유들하게 나가야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왔는데 좀 비켜봐.” 로션 발랐다며 발을 들고 있던 아내는 “저쪽에 앉지, 왜 비좁은 데로 와”라고 구시렁대며 조금 비켜준다.
아내는 연예가 뉴스 같은 동영상을 목록을 흩어보는 중이다. 그때 짤막한 뉴스 하나가 내 관심을 끌었다. “어, BTS 공연 뉴스 저거 한번 보자” 웬일로 아내가 선뜻 틀어주었다.
멕시코에선 대통령이 BTS 공연을 늘려달라고 한국 정부에 편지를 보냈다. 빌보드지는 BTS가 이번 투어로 1조 4천억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BTS, 정말 대단하네.”
“BTS는 저래 돈을 잘 버는데 당신은 뭐 해?”
군고구마가 목에 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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