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미국), 강동혁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2021, 6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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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 인류를 구할 마지막 승부수 1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예고편 장면](https://lifeplancanvas.com/wp-content/uploads/2026/01/프로젝트-헤일메리-영화-예고편-장면-1024x493.jpg)
1. 서두: 대체 얼마 만에 읽는 SF소설인가.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 마션의 원작을 쓴 작가 앤디 위어가 쓴 소설이다. 이 작품도 마션처럼 영화로 만드는 중이라는 말에 유혹당했다. 영화는 2026년 개봉 예정, 이미 촬영이 끝나고 마무리 편집 중이다. ‘라라랜드’의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이다.
중학교 때 학교 도서관의 SF 전집을 죄다 읽었는데 그때 이후 SF 소설은 처음인 듯하다. 물론 몇 년 전인지는 비밀이다. 습관처럼 책을 읽었지만 소설을 읽는 건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일에 빠져서 혹은 일을 못 해서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소설을 좋아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
많이 읽진 못해도 요즘 다시 소설이 좋아졌다. 1년여 전에 시작한 독서 모임 덕분이다. 소설 한 권이 주는 울림도 좋고 반전이 주는 놀라움도 즐겁다. ‘헤일메리’는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패배가 굳어진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미식축구의 승부수를 가리킨다. 제목부터 멋지지 않은가.
2. 내용: 인류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 프로젝트 헤일메리
외계 미생물에 감염된 태양이 에너지를 잃어가면서 지구에 위기가 닥친다. 이제 지구는 빙하기가 되고 인류는 수십 년 안에 멸종할 상황이다. 대멸종을 막기 위해 지구는 스트라트라는 여성에게 전 세계 모든 자원을 부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스트라트는 외계 생물을 연구했던 그레이스에게 외계 미생물 연구를 떠맡긴다. 생물학자였다가 중학교 과학 교사로 전직한 그레이스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레이스는 태양을 잡아먹는 미생물에 아스트로파지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특성을 밝혀낸다. 연구원들이 태양 인근 다른 항성들도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되었지만 타우세티라는 항성은 예외라는 걸 알아낸다. 지구는 타우세티로 과학자를 보내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는 데 마지막 희망을 건다.
지구는 엄청난 에너지원으로 밝혀진 아스트로파지를 활용해 우주선 헤일메리호를 만든다. 그런데 헤일메리호에는 지구로 돌아올 에너지를 실을 수 없었다. 세 탑승자를 위해 원하는 방식으로 자살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우주선 출발 5일 전에 사고로 선발된 과학자 1명이 죽는다. 스트라트는 그레이스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 스트라트는 죽으러 가기 싫다고 발버둥 치는 그레이스를 코마 상태로 만들어 우주선에 태운다. 겁이 많지만 좋은 사람이니 결국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라며.
몇 년 뒤 다른 항성계에 다다른 우주선에서 그레이스가 깨어난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상태고, 함께 탄 동료들은 모두 죽은 상태다. 그레이스는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면서 임무를 깨닫게 되고 혼자 임무를 수행한다.
타우세티 주변에서 그레이스는 다른 항성계 에리드에서 온 우주선과 만난다. 그들도 아스트로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 우주선에도 한 명의 외계인만 살아남았다.
지구인 과학자 그레이스와 외계인 엔지니어 로키가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두 생명체는 서로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우정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아간다.
3. 분석: 평범한 선의가 주는 감동에 유쾌함을 얹다
소설은 우주선에서 코마 상태였던 그레이스가 기억을 잃고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지구의 위기와 그레이스가 우주선을 타게 된 배경이 차츰 드러나는 구조다.
이 소설에서 재미나 감동을 주는 요소 세 가지만 꼽아보자. 하나는 작은 용기 혹은 작은 선의의 힘이다. 주인공은 겁이 나서 위험을 감수하기 힘들지만 작은 선의 베풀기를 포기하지 않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다. 그레이스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주인공 빌 펄롱과 닮았다는 말을 듣고 공감했다. 그런 작고 평범한 선의가 이 사회를 지킨다는 메시지가 좋다.
두 번째 요소는 유쾌함이다. 일찍 죽기 싫다며 발버둥 치다가 강제로 탑승한 그레이스지만 그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런 유쾌함은 독자들의 일상에 활력을 준다.
또 다른 요소는 소설로 표현된 과학 지식이다. 이 소설은 12광년이나 떨어진 별로 날아가는 SF다. 그럼에도 물리적 법칙을 하나도 깨뜨리지 않았다고 하니 선뜻 믿기지 않는다. 작가 후기를 보면 여러 과학자에게 자문한 사실이 나타난다.
주요 인물과 용어
- 라일랜드 그레이스(주인공): 중학교 과학 교사로 전직한 생물학자.
- 에바 스트라트: 인류 대멸종을 막기 위해 전세계 모든 자원을 부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은 여성.
- 로키: 항성 40 에리다니의 에리드 행성에서 파견한 외계인 엔지니어
- 아스트로파지: 태양 주변에서 빛을 빨아들여 인류의 위기를 부르는 외계 미생물
- 타우메바: 아스트로파지를 잡아먹는 타우세티 별의 미생물
- 페트로바선: 아스트로파지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의 적외선
- 헤일메리호: 아스트로파지를 연료로 사용해서 타우세티까지 가는 우주선
인용: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적당한 말인 것 같다. 진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13%
그레이스가 죽은 두 동료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하는 말인데, 울컥했다.
나는 일어섰다.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무섭다고요! 난 죽고 싶지 않아요!” (중략)
스트라트가 탁자를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중략) “당신이 무서워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당신이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당신은 가게 될 겁니다.” 81%
그레이스가 탑승자로 결정되자 회피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과 그럼에도 탑승하게된 배경이다. 결코 영웅적 행동이 아니지만 그런 그레이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로 나의 모습인데.
“야, 너 얼굴에서 물 새! 그게 기분이 좋다는 뜻이야, 슬프다는 뜻이야?” 98%
그레이스가 태양 빛이 회복되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터뜨리자 외계인 로키가 ‘얼굴에서 물이 샌다’고 표현해서 읽다가 한 바탕 웃었다.
4. 결론: 마법처럼 얇아지는 책의 두께
이 책이 무려 692쪽이나 된다는 건 이 리뷰를 쓰면서 알았다. 갑자기 뿌듯해진다. 전자책을 읽었기에 망정이지 종이책을 봤다면 나는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읽기 시작만 하면 책의 두께는 마법처럼 얇아질 것이다. 그때는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필자처럼 SF를 잊고 살았던 독자에게 더 권하고 싶다. 문학은 상상의 세계, 그 상상의 범위를 우주까지 넓혀보자.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위한 헤일메리 프로젝트를 찾아 나선다면 더 좋겠다.
팁. 책 앞쪽에 우주선 그림이 있다. 이딴 평면도를 왜 넣었는지 의아했는데 읽는 데 도움을 준다. 소설 대부분이 우주선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우주선 모형을 기억하면 더 선명하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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